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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이란 분을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2년쯤 전에 모 대학에 걸린 현수막 '<소금꽃 나무>의 저자 김진숙 초청 강연회'라는 문구를 보고도 '저 사람이 누구야?'라고 생각했으니까.
전에 있던 출판사에서 아는 형 하나가 노무현 추모사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글 하나를 읽어보라고 소개해줬을 때야 김진숙이란 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내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소금꽃 나무>를 꼭 읽어봐야겠다고 맘 먹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면서야 집어들게 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시위하는 모습만 보면서도 참 순수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순수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을테니까.
그 가운데서도 티없이 맑은 얼굴과 티없이 밝은 멘션들을 읽으면서, 정말 소녀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한없이 내가 부끄러웠다. 
함부로, 너무 쉽게, 세상에 절망을 쏟아내는 내가.

가정사로 보나, 겪어온 가난과 온갖 고난들로 보나 누구도 그 분 앞에서 삶이 고되다고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책 한 장 한 장, 글 하나 하나에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너무 답답해서, 자꾸만 울컥해서, 
가슴 속에 자꾸 뭐가 얹히는 기분이라, 쉬지 않고 읽을 수가 없었다. 

우리 부모님도 나름 힘들게 살아오셨다. 
아버지는 농사가 너무 싫어서 고등학교 때 서울에 홀홀단신으로 올라오셨다. 
가정교사를 하시면서 학교를 다니셨단다. 
남 집에 얹혀 사시다 보니 그게 너무 답답해서 좀 놀아보는 게 소원이셨단다. 
그렇게 대학까지 진학하셨고, 옷 두 벌로 대학을 나셨다지만, 정말 독하게 독하게 살아내셔서 지금은 교수가 되셨다. 
그래서 노력만 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계시다. 
그 이상으로 아버지가 살아온 궤적을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다. 

우리 어머니도 가난하게 살아오시긴 했는데, 아버지보다는 좀 나았던 것 같다. 
어릴 때 계란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외할머니가 몰래 챙겨주셨던 날계란을 처음 입에 물어보고는 너무 비린내가 나서 뱉어버렸다는 일화. 대학 보내 줄 형편이 못 되었는데 너무 대학이 가고 싶어서 당시엔 2년제였던 교대에 입학하셨다는 이야기.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아버지는 유학 가시고, 어머니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돈을 틈틈이 모아 아버지 유학생활에 보태셨다는 이야기.
하숙생활을 혼자 하셨는데, 집도 너무 지저분하고 주인도 너무 못 살게 굴어서 정말 서러웠다는 이야기.
안쓰럽기도 하셨고, 외롭기도 하셨을, 아버지가 결국 어머니를 포르투갈로 불러서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 신혼생활이었던 우리 부모님.

이게 내가 아는 우리 부모님 과거사다. 

한 때는 우리 부모님이 정말 답답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순진함이,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이명박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 나라가 잘 살게 된다고 믿는 그 애국심이.
철 없이 부모님을 설득하려고도 많이 들었다. 

김진숙님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대학에 정말 가고 싶었는데, 아직도 가지 못하셨다. 
아마도 우리 부모님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이었겠지.
아니면 우리 부모님보다 덜 이기적이었거나. 

<소금꽃 나무>를 보면서 <전태일 평전>이 떠올랐다. 
어린 미싱사들이.
60,70,80년대보다 많지는 않겠지만,
지금도 그렇게 근로기준법이란 게 뭔지도 모르는, 
노조가 뭔지도 모르는, 
혹사 당하면서도 그게 혹사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살아야만 되는줄로 아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는 사실이 내 마음을 너무도 무겁게 한다. 

왜일까.
1년에도 수천만원 혹은 몇억씩 가져가는 사람들이, 
돈 걱정 하나 없는 사람들이,
몸은 몸대로 축나면서, 생활은 나아지는 기색 없이 전전긍긍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옭죄는 건. 
정말 왜일까. 
그런 사람들 한 푼이라도 더 주고, 하루라도 더 쉬게 해 주는 게, 작업하면서 가급적 다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게,
돈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이 잔인함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끝날 수는 있을까. 
정말로, 정말로, 내가 그들과 같이 되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 하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껏 누려온 편안함 역시 그들에게 진 빚.
평생 내가 다 갚을 수 있을까. 
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그리고, 부모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보고 싶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부모님이 겪어오신 그 세계는 어떤 것이었는지.
부모님을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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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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